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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전화도 없는 노숙자 누가 써주나요”

# 과거 35년 동안 건축업을 해 온 석호영(66)씨는 도박에 손을 대면서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었다. 한때 월셔와 세인트 앤드루스 거리에 머물며 깡통을 주워 판 돈 5~10달러는 매일 술값으로 탕진했다.   세인트 제임스 교회의 김요한 신부가 한인 홈리스들을 위해 마련한 집에서 6년째 머무는 석씨지만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꾼다. 다만 그는 “누구나 자기 일을 하며 살고 싶기 마련이지만 시작점을 찾기가 힘들다”며 말했다.   # 과테말라에서 30년을 살다 온 송영만(69)씨는 LA에 일거리가 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고 왔지만, 현실은 차가운 길거리로 내몰리는 것뿐이었다. 조현병을 앓는 아내의 병원비와 아들의 학비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하지만 신분이 없는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는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재기를 꿈꾸는 한인 홈리스들을 위해 정책적 지원을 해줄 수 있는 한인 단체나 프로그램이 부족하다.     LA홈리스서비스국(LAHS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인타운 내 홈리스는 435명으로 집계됐다. 그중 셸터 거주자는 단 17명. 418명이 거리를 전전하고 있다.     한인 홈리스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관계자들에 따르면 100~200명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LA시는 내년 전체 예산의 10%인 13억 달러를 홈리스 복지에 투입하기로 결정하며 막대한 규모의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한인 홈리스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다. 홈리스의 세계에서도 한인은 여전히 소수계이기 때문이다.       지난 9일부터 본지가 한인타운에서 만난 5명의 한인 홈리스들은 모두 재기 의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홈리스 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거나 알더라도 언어적 장벽 때문에 도움받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들은 특히 구직활동 정보를 얻기가 너무 어렵고 체계적인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올림픽 불러바드와 세인트 앤드루스 플레이스에서 3개월째 노숙 중인 전선수(63)씨는 “주소도, 전화번호도 없는 홈리스를 써주는 사업체는 없다”며 “첫 단추를 끼울 수 있게 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단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주류 홈리스 지원 단체는 홈리스들을 일대일로 도와주는 케이스 매니저가 취업 알선은 물론 구직에 필요한 인적사항을 제공하는 지원도 하고 있다.     실제로 한인 홈리스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줄 한인 단체나 프로그램이 많지 않은 대표적인 이유는 저조한 통계상 수치 때문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LAHSA의 홈리스 인종 분포를 보면 라티노 42%, 흑인 33%, 백인 20%다. 아시아계는 1%에 불과하다.   KYCC 스티브 강 대외협력 디렉터는 “한인 홈리스는 체면상 등의 이유로 자주 거처를 옮겨 카운트되기 쉽지 않다”며 “숫자가 적으니 정부에서는 투자할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KYCC는 LA카운티에서 유일한 공식 아시안 및 한인 홈리스 지원 단체로 알려져 있다. 비공식적인 홈리스 지원단체로는 K타운 포 올, 아버지 밥상 교회, 울타리 선교회 등이 있다.     강 디렉터는 “홈리스에 대한 정부 지원이 늘어나 자금은 문제없지만 적은 인력이 문제”라며 “한국어와 영어 이중언어를 사용하며 홈리스를 도울 젊은 층이 많지 않다”고 현실을 지적했다.   장수아 기자홈리스 홈리스 시리즈 김요한 신부 김상진 기자

202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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